가끔 시를 쓰자 다짐해보지만
시란 것이 그렇게 쉬운 놈이 아니라서
바짝 마른 장작같은 나에게 선뜻 올리가 만무하지 않나
이 놈을 어떻게 구슬려 나랑 친하게 할까
이리저리 머리 굴려보지만 사실 생각만큼 쉬운 것은 아닌거지
하얀 설원위의 발자욱에 대한 시상이라도 떠올려보려니
막상 눈 위에 찍히는 것이라곤
지친 나그네의 어기적 발걸음 대신
닭발자욱, 개발자욱, 고양이발자욱 그런 가축발자욱 뿐이더란 말이지
그러다가도 번쩍 드는 생각,
아니 누구보다도 더 부지런하고 생에 순수한 것들이
사실 이 짐승들이 아닌가 싶더란 말이지
흰눈위에 남겨진 발자욱이 누구거란게 무어 중요할까 싶었지
나보다 먼저 길은 나선 생명이 있고
다만 이 빈 여백에 내가 혼자는 아니었다는거
그것만 기뻐하면 그만일텐데 말이야
긴 겨울밤 조금은 덜 외로울텐데 그지?
눈타령 하며 궁시렁 거리는
겨울의 밤이 깊어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