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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 파인덕 Doug Fine 씨. 정확히 얘기하자면 장미 식탐을 가진 염소 듀오와 코요테와 고군분투하는 7마리의 닭을 모는, 친환경 에코 카우보이로 새로 직종을 전향했다. 물론 안정적 수입과는 거리가 먼 직종이다. 뉴멕시코주 각광(?)받는 친환경 지역에 6.1%의 저리(파인덕씨가 생각기에)로 농장터를 구입하고 자급자족 가능한 아이팟 인터넷 세대를 꿈꾼다. 거친 황야의 스릴넘치는 모험(책을 보면 안다)에 비교되는 악전고투 에코 생활을 시작하였으니, 거친 초원을 달리던 기억은 간데없고 대형공장에서 사육되는 미친 소들 뒷수발하며 명퇴 후 기약없는 삶에 찌들려가는 카우보이의 삶에 비하면. 글쎄 오히려 행복한 삶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지속가능한 지구 지킴이의 이미지도 근사하게 누리는 것은 덤으로.
지구온난화, 지속가능한 삶, 유기농 먹거리, 직거래 장터, 로컬 푸드, 자전거 출퇴근. 요즘 우리 생활 주변에서 보편적으로 접하는 친환경적 단어들. 파인덕씨의 [굿바이, 마이 스바루]를 손에 잡게 된 계기는 어느날 손에 쥐게 된 잡지의 서평란을 통해서였다. 도서관에 들렀다 또다시 손에 쥐게 된 다른 잡지에 또 실려있는 서평. 이건 ‘계시다!’라는 생각에 바로 책을 모셔왔다.
처음 10페이지 정도를 읽으며 빌 브라이슨이 생각났다. ‘나를 부르는 숲’이라는 빌의 책을 옛날 아주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나는데 글쓰는 솜씨가 빌에 꿀리지 않는다. 물론 영어식 유머가 잔뜩 힘이 실린 글들이라 한국 독자들에게 글맛을 충실히 전달하기 쉽지 않았을 것. 그래도 재밌게 페이지가 넘어간다. 경험많은 번역자의 능력이 보인다. 이런 유머에 익숙치 않은 독자는 이게 뭐가 웃겨라고 말하는 분도 계시겠다. 어쨌든 웃고 즐기고 싶은 사람은 파인덕씨의 처지에 자신을 대입시켜 상상의 힘을 발휘하면 될 듯.
세계 10위 경제대국에 한겨울에도 집안에서 반팔을 입고자 열심히 탄소배출 성장에 공헌하시는 대한민국 국민들, 좀더 오래 살기 위해서라도 지구의 미래가 쪼깨 걱정되시는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길. 진지하게 태양열 자급자족을 고민하시는 서바이벌 에코 귀촌 예정자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무한도전 같은 재미가 솔솔 풍기실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