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헐리우드 영화에서 등장하는 유태인의 직업은 변호사나 의사이거나 패션계를 주름잡는 인물이거나 거물 경제인이거나 하나같이 전문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일종의 상징일까 아니면 정말 그 많은 유태인들이 타고난 능력이 좋아 두각을 나타내는 것일까 의구심을 한번쯤 가져볼 만 한다. 이책은 그 궁금증에 대해 약간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것이,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다루는 것처럼 단순히 개인의 꿈과 능력 때문만이 아니라 그 출신과 배경 또한 아주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는 연구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
[스캐든 압스]라는 로펌은 2,000여명의 변호사와 전 세계 23개의 사무실을 가지고 한 해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세계적 로펌이다. ‘조셉 플롬’은 이 5인의 파트너 중 유일하게 살아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물론 그는 유태인이다.
첫번째 기회: 차별받는 유태인이기 때문에
1940,50년대의 뉴욕 로펌들은 백인들의 개인클럽처럼 운영되었다. 그들이 사람을 뽑는 조건은 ‘북유럽 혈통의 파란 눈의 백인, 일류학교의 로스쿨 졸업, 탄탄한 집안 배경과 종교 등’. 즉 유태인은 해당사항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유태인들은 유명한 로펌이 아니라 작고 영세한 로펌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고 유명 로펌들이 저잣거리에서나 하는 영예롭게 여기지 않던 일, 기업 소송에 대한 외주를 이들로 부터 받을 수 있었다. 적대적 인수합병 같은 것 말이다. 1970년대 규제완화로 인해 공격적 인수합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합병관련 운영 금액은 2500억달러에 달했고, 이 야비하고 잔인한 소송 전쟁의 승자는 결정되었다. 번화가의 로펌에서 직장을 얻지 못해 자기들끼리 사무실을 낸 2류 로펌들, 바로 [스캐든 압스] 같은 유태인 로펌이었다. 그들은 그 ‘고상한 로펌’에서 차별받음으로서 오히려 기회를 얻은 것이다. 20년 동안 기업 소송을 뒷처리하며 갈고닦은 실력이 70년대 활짝 만개한 것이다. 물론 영예를 따지는 개인클럽들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 그 친구들이 똑똑한 변호사여서가 아닙니다. 그들이 일해 오던 중 갑자기 세상은 변했고 그 친구들의 기술 가치가 대단히 높아진 겁니다.”
두번째 기회: 저출산세대로서의 수혜
1950년대에 대학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뛰어든 유태인들은 30년대에 태어났다.그 시기는 대공황의 여파로 인해 아기를 낳지 않는 저출산 시대였다. 저출산 세대의 장점은 품질좋은 사회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친절한 병원, 학생대비 많은 교사 수, 언제든지 쓸 수 있는 체육관, 골라갈 수 있는 대학, 아주 저렴한 교육비, 무엇보다 직업전선에서의 공급 대비 높은 수요. 그들은 가고자 하면 얼마든지 학교에 갈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뒤를 따르는 베이비붐 세대. 엄청난 수요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성공하고자 하면 1955년에 태어나는 것이나(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혹은 구글의 에릭 슈미트) 기업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1835년에 태어나는 것(록펠러나 카네기 처럼) 성공한 변호사가 되고자 하는 젊은이는 1930년대에 태어나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세번째 기회: 그들만의 가계도
19세기말과 20세기 초에 건너온, 조셉의 아버지 세대 유태인 이민자들은 그 시기 다른 이민자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아일랜드나 이탈리아계 이민자는 보통 유럽의 낙후지역에서 건너온 농노나 소작농이 대부분이었지만, 압도적은 많은 유태인들이 유럽에서 이미 의류사업에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기 뉴욕에서 의류매매는 경제적으로 가장 크고 활발한 산업이었다. 한마디로 완벽한 시간에 완벽한 기술을 가지고 그들은 미국으로 건너온 것이다. 그들에게 황금같은 기회가 주어졌고, 그것은 그 다음세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루이스 팔카스라는 사회학과 대학원생이 조사한 유태인 가계도를 한번 살펴보자.
러시아에서 넘어온 한 양복/의류 제자자의 자식들은 의류제작자가 되었고 그들이 낳은 아이들은 모두 변호사가 되었다. 폴란드에서 건너온 가죽공예 기술자는 어떨까. 그 자식들은 가방제작자가 되었고 그들의 아이들은 예상한대로 한명도 빠짐없이 모두 의사와 변호사들이 되었다. 여러 사례로 조사된 유태인 가계도로부터 나오는 결론은 그들이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변호사가 된 것이 아니라 부모세대가 의류업계 같은 분야에 종사했기 때문에 전문직 종사자가 될 수 있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다시 성공한 유태인 변호사들로 돌아오면 조셉 플로의 아버지는 여성용 드레스 만드는 일을 했고, [스캐든 압스]의 대표 법정 변호사 배리 가핑클의 어머니는 모자 만드는 일을 했다. 성공한 유태인 변호사들 대부분의 부모는 옷이나 모자, 가죽 공예 기술자였다. 의류산업 종사자외의 또다른 예를 보더라도 적용되는 공식은 똑같다. 작은 식료품점을 했던 루마니아 출신의 한 유태인 가계도를 보면, 5명의 자식들은 모두 슈퍼마켓을 했고 11명의 손자손녀는 한 명(심리상담사)만 빼고 모두 의사와 변호사가 되었다.
유태인 변호사 이야기로부터 얻는 교훈은 이런 것이다. 성공은 다양한 기회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가, 부모의 직업이 무엇인가, 어떤 교육을 받았는가 등에 따라 세상속에서 얼마나 두각을 나타내고 성공할 수 있는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 하나의 예로 불충분하다 느끼거나 또다른 분석사례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 [아웃라이어]를 읽어보길 권한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다루지 않는 이야기가 여기에 담겨있다. 자기계발서에서 다루는 개인의 성공신화는 보통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소홀히 다룬다. 대표적인 것이 자수성가론. 사회는 나를 버렸지만 나는 꿈을 버리지 않았고 그래서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그 사람의 노력만을 강조한 나머지 아마도 그 사람에게 주어졌을 여러 사회적 기회와 혜택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감’을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것이다.
성공하면 성공할 수록 사회적 책임의식도 더욱 투철해져야 하지 않을까. 빌게이츠나 이케아 회장은 죽고나면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데 우리나라 회장님들은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자기들끼리 사돈 맺을 생각만 하고 있으니. 어디서 한 일본인 했다는 이야기, “왜 한국에 삼성같은 기업이 하나밖에 나올 수 없는지 한번 생각해시오.” 상생하지 않고 지배하려는 한국 대기업의 속성을 비꼰 얘기였지만 기분이 씁쓸하다.
어쨌든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해 본다면, ‘성공의 기회는 사회 속에 있다’ 정도 되겠다.
또다른 낚시질,
전세계 수학올림피아드의 상위권에 있는 나라는?
싱가포르, 한국, 대만, 홍콩, 일본
그럼 이 나라의 공통점은?
논에 물을 대는 쌀농사를 짓는 나라
수학과 쌀농사의 상관관계가 궁금하신 분들은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