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없이 걷기
정처없이 버스나 전철타기(이 도시엔 전철이 없어 슬프네)
이른 아침에 카페에 혼자가기(그런 카페가 동네에 있다면)
사실 모두 일상의 소소한 일탈에 대한 것들이다. 있을 법하지만 흔히 하지 않는 행동들. 내가 상상하는 행복들이란 이런 소소한 일탈 뿐일까? 어쩌면 내가 정한 일상의 한계들 속에서 나를 계속 가두어 온 것은 아닌가. 내가 정한 규칙, 내가 정한 틀들.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이 내 행동을 정하고 내 사고를 가두어 왔던 것은 아닌가.
획일화된 일상으로부터의 균열을 내는 것. 내 안의 보수를 깨는 진보.
사소한 것은 사소한 것 대로 두고 심각하지 않은 것도 심각하지 않은게 내버려 둔다. 있는 것 대로 두고 덤덤하게 앞으로 한걸음더.
시간은 내 마지막 편이기도 하지만 그건 오로지 현재일 때뿐. 지나간 시간은 더이상 나의 시간이 아니고 오지 않은 시간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다. 5초. 현재로서 인식하는 시간의 길이. 이 시간이 현재로서 존재하는 나를 규정한다. 솔직해질 것. 5초 안에 세워지지 않는 결심은 나의 본심이 아닐 것이다. 5초 안에 솟지 않는 즐거움은 진정한 것이 아닐 것이다.
가면 속에 나를 가두지 말고 거울을 향해 걸어가자. 내 얼굴을 바라보며 솔직한 눈빛으로. 신발끈을 단단히 매고 기쁘게 문을 열어 걸어나가자. 매서운 바람 치는 겨울이어도 즐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