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즐거웠나요
2012. 11. 6. 창
날자용
2021. 2. 10. 21:03
여기 창이 있다. 노란 가을 들녘이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각의 액자가 걸려있다. 창을 향해 놓인 의자에 가만히 앉아 이 그림을 감상한다. 따뜻한 파스텔 빛으로 마음이 물들어간다. 여유로운 기분에 이 자리에 오래 오래 앉아있고 싶어졌다.
얼마전 모임이 있어 경주 어느 마을 한 펜션에 머물렀다. 낡은 집을 고치고 마당을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민 촌집이었다. 주인이 직접 만든 것으로 보이는 화분과 목각인형들이 저마다 자기 자리를 잡고 있었다. 문을 지키던 강아지는 집을 닮은 듯 순했고 오래된 골동품들이 자신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어 집안 곳곳을 장식하고 있었다. 마을 뒷 편에 자리잡은 집 마당 너머로 마을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대문 옆 별채의 거실로 들어서니 커다란 창 하나 들판을 향해 내어져 있다. 그 창 아래 두꺼운 나무로 넓은 선반을 대어 만든 책상이 있고. 제법 높은 의자에 엉덩이를 올리면 발 아래 반으로 가른 통나무 좌탁에 편안히 발을 올릴 수 있었다. 대문 쪽에 바짝 붙은 이 창문을 통해 동네의 전경이 펼쳐져 보였다. 무르익는 가을의 한 장면이 노랗게 쏟아져 들어왔다. 이 창을, 이 풍경을 우리 가족이 사는 집에도 들이고 싶다는 마음이 불어왔다. 따뜻한 바람이었다.
어느 누구의 집에도 창은 있다. 집안에서 밖으로 통한 이 창을 통해 우리는 각자의 특별한 풍경을 꿈꾼다. 그 풍경 속에 그 사람이 영위하는 일상이 펼쳐진다. 내가 그리는 창밖 풍경은 과연 어떤 그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