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즐거웠나요
나의 정원
날자용
2011. 8. 25. 23:26
부사는 잔디밭의 민들레와 같다. 스티븐 킹이 얘기했던 이 말이 늘 머리 한 곳에서 맴돈다. 몇 송이의 민들레는 풍경과 조화를 이루지만 걷잡을 수 없이 피어나면 그저 뽑아야 할 잡초일 뿐이라고. 무성해지게 방치하면 결국 잔디밭을 망쳐버리게 된다고. 가난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은 글에 하나 둘 부사의 장식을 시작한다. 장식이 요란해질 수록 글의 진정성은 사라지고 매력은 자취를 감춘다.
살고 나이를 먹으면서 사람들은 할 말이 많아진다. 고민은 많고 할 일은 밀려있다. 시간은 늘 부족하기만 하다. 그런데도 행동보단 쏟아내는 말에 아낌없이 시간을 투자한다. 그 행간에 무수한 민들레들이 자라난다. 어떻게 저떻게 이렇게 저렇게.. 할 수 없었음에, 어쩔 수 없었음에 대한 숱한 변명들이 작은 숲을 이루기 시작한다. 잔디는 망쳐지고 마당은 엉망이 되어가는데 민들레는 유일한 꽃밭이 되어 이게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위안을 안겨준다.
마당이 있다. 집은 안식처이고 삶은 이곳에서 가꾸어지는데 사람들은 더 이상 마당에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지 않는다. 마당은 그저 수많은 짐들이 쌓여가는 창고가 되고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간다. 그것이 부끄러워 또 담을 쌓는다. 높이. 밖에서는 들여다볼 수 없게 좀더 높이. 담 아래 비밀의 정원이 만들어졌지만 누구도 초대하고 싶지 않은 정원.
자신의 아름다운 정원을 가꿀 노력은 하지 않고 내 삶이 아름답지 않다고 마당에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는다. 아끼고 보살피는 노력없이 시든 화분이 보기 싫다 치울 생각만 한다. 시간이 멈춘 마당에서는 순간의 소중함을 알 수 없다. 꽃이 피고 지고, 시간이 흐르는 풍경 안에서 숨쉴 때만이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함을 깨닫는다.
타샤의 정원을 경이롭게 바라보게 된다. 타샤가 즐겁게 가꾼 건 그녀의 정원이었지만 그것은 바로 그녀의 삶 자체였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늘 얘기하곤 했다 한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뒤 정원은 시들었지만 그녀가 살아있는 동안은 그곳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삶이 무기력하고 힘들다 느낀다면 이때가 바로 나의 정원을 가꾸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