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 25. 03:48


우울한 마음보단 행복한 상상을 하라 한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고 좀더 나은 시간들이 올 것이라고
어떤 상상을 하면 행복해질까 고민한다
상상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마땅한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미지 대신 글귀들을 마음 속에서 읊어보지만 행복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행복이라는 감정은 기억과 경험에 뿌리내린 것은 아닐까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상상하기 힘든 것처럼
겪어보진 않은 미래를 생생하게 그려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오감을 자극하는 행복한 기억,
사람은 그 기억 속으로 다시 되돌아가기 위해
한해 두해 나이 들어가는게 아닐까
고통스런 기억들은 시간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좋았던 기억들만이 살아남아 반복적으로 재생되는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닐까
행복한 상상이란 것은,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상상의 이미지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느낌이 물안개처럼 피어오르는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고 각색하는 과정이리라

하지만 나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자작나무 숲을 상상한다
온통 하얀 눈밭을 배경으로 얼룩말 처럼 자신의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자작나무들
그 숲길을 거니는 상상을 하면 기분이 편안해진다
마음 한 구석이 맑게 개는 듯 하다
그 길을 걷고 또 걸으며 아침을 맞는다
이 시간만은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간다
오래오래 눈을 감고 싶어진다